오직 쓰는 마음, 사랑하는 의지: 천쉐 작가를 만나다 書寫的心,愛人的意志:遇見陳雪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오직 쓰기 위하여』를 만났다. 첫 에세이집을 쓰며 막막하던 차에 집어 든 책에는 이 책을 큐레이션한 일각 서점 대표의 빼곡한 메모와 밑줄이 가득했다. ‘얇은 책에 중요한 문장이 이렇게 많다고?’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매일 쓰는 행위 자체가 곧 작가가 되는 길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작품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작법서의 조언이라기보다는 선배 창작자가 건네는 따스한 편지 같았고, 그때부터 천쉐라는 작가가 궁금해졌다.
今年的首爾國際書展上,我遇見了《寫作課:陳雪給創作者的12道心法》(오직 쓰기 위하여)。
當時,我正為第一本散文集的寫作感到茫然,隨手拿起這本書,發現書頁上滿是策展這本書的一刻書店店主留下的密密麻麻筆記與畫線。「這麼薄的一本書,竟然有這麼多重要的句子嗎?」我一邊想著,一邊繼續往下讀。
書中有一句話久久留在我的心裡:「每天持續書寫這件事本身,就是成為作家的路;無論身處什麼樣的情況,只要繼續寫下去,總有一天,作品會反過來守護自己。」因此,與其說這是一本寫作指南,它更像是一封前輩寫作者寫給後輩的溫暖書信。也是從那時開始,我對陳雪這位作家產生了好奇。
작품을 따라 천쉐를 읽다 循著作品,閱讀陳雪
『오직 쓰기 위하여』에 언급되었던 소설들을 하나씩 찾아 읽으며, 천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금씩 열어보았다.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대만 문단을 뒤흔든 데뷔작 『악녀서』가 사회적 규범에 따라 ‘악녀’로 규정된 여성들의 욕망과 상처, 관계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작품이었다면, 이후에 읽은 범죄 스릴러 『마천대루』는 배경과 인물 간의 관계가 넓게 확장된, 결이 상당히 다른 작품이었다.
我開始一本一本找來《寫作課:陳雪給創作者的12道心法》中提及的小說,慢慢走進陳雪的作品世界。
如果說,當年出版時震撼台灣文壇的出道作《惡女書》,是近距離凝視那些被社會規範定義為「惡女」的女性,看見她們的欲望、傷痕與關係;那麼後來讀到的犯罪懸疑小說《摩天大樓》,則將故事的背景與人物之間的關係大幅拓展開來,呈現出截然不同的質地。
『악녀서』에서는 카메라가 인물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봤다면, 『마천대루』에서는 카메라가 한 걸음 물러나 인물을 둘러싼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를 하나씩 담아낸 듯했다. 두 작품 사이에는 무려 20년의 세월이 놓여 있다. 중간에 쓰인 작품들을 아직 접하지 못한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작가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했다. 그동안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쓰며, 어떻게 자신의 글쓰기를 이어왔을까.
그 궁금증을 품은 채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특강과 알라딘 북토크에 연이어 참석했다.
在《惡女書》裡,鏡頭彷彿貼近人物的臉龐,深入窺探她們的內在;到了《摩天大樓》,鏡頭則往後退了一步,開始將人物所處的空間,以及生活其中的人與人之間的關係,一一納入畫面。
兩部作品之間,相隔了整整二十年。還沒讀過這段期間其他作品的我,不禁開始好奇:在如此漫長的時間裡,陳雪的創作世界究竟經歷了什麼樣的變化?這些年來,她寫過哪些故事,又是如何一路持續書寫至今?
帶著這樣的好奇,我接連參加了在漢陽大學舉辦的特別講座,以及阿拉丁書店的作家座談。
특강에서는 『악녀서』, 『친애하는 공범』, 『마천대루』 그리고 『하늘의 눈』을 연구자들의 시선으로 들여다보았다. 각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은 서로 달라 보였지만, 그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랑과 관계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작품의 여러 층위를 풀어나가는 발표를 들으며, 작가는 저마다 다른 인물과 서사를 통해 사랑과 관계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고, 때로는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을 오래 써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在漢陽大學的講座中,學者們分別從不同角度談論《惡女書》、《親愛的共犯》、《摩天大樓》與《維納斯》。每一部作品提出的問題看似不同,但循著那些問題繼續往下走,最後似乎都會回到愛、關係,以及「我是誰」這些命題。聽著研究者逐層拆解作品,我開始想,也許這些年來,陳雪一直透過不同的人物與故事,書寫著人如何在愛與關係之中認識自己,又如何一次次重新塑造自己。
특강을 마무리하며 천쉐 작가는 “작품 자체로 이해받는다는 것은 작가로서 정말 감동적인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직 쓰기 위하여』에서 읽었던 ‘(작가에게) 작품은 마음속에서 가장 견고한,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가장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것이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작가를 지켜주는 보금자리와 같은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에 닿았을 때 느끼는 벅참이,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講座尾聲,陳雪說:「作品本身能夠被理解,對一個作家來說,真的是一件非常令人感動的事。」聽見這句話的瞬間,我想起《寫作課》裡讀到的一句話:「對作家而言,作品會成為內心最堅固、任何人都無法奪走,也最能讓人安心棲身的所在。」當那些如同棲身之所一般守護著作家的作品,真正抵達讀者心中時,那份滿溢而出的感動,也透過作家的聲音真切地傳遞了過來。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 學習如何去愛
다음 날 알라딘에서 열린 북토크에서는 『하늘의 눈』을 중심으로 천쉐 작가에게 직접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신간에는 대만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되기 전과 후에 쓴 단편들이 함께 실려 있다. 법제화 이후에 동성 커플이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또 다른 소수자의 위치에 놓인 트랜스젠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단편 속 인물들은 특정한 이름이나 범주로 분류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들이 파괴와 단절, 사랑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다시 바라보고, 어떤 이름과 범주에 속하지 않더라도, ‘괴상해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隔天,在阿拉丁舉辦的座談中,我又有機會以《維納斯》為中心,直接聽陳雪談自己的作品。這本新作收錄了台灣同性婚姻合法化前後所寫的短篇小說。故事不只觸及同婚合法化之後,同性伴侶在現實生活中可能面對的種種問題,也寫到身處另一種少數位置的跨性別人物。
這些短篇中的人物,都是無法輕易被歸入某個特定名稱或類別的存在。即使如此,陳雪仍讓他們透過破壞與斷裂、愛與書寫,重新凝視自己所處的境地。她讓我們看見,即使不屬於任何既定的名稱與分類,即使顯得「奇怪」,人依然可以活下去。
사람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작품 밖의 천쉐 작가로 이어졌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배우자 자오찬런(早餐人)을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천쉐 작가는 젊은 시절 연애를 하면서도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지, 이게 사랑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관계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고,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오히려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깨뜨리는 데서 만족을 느끼는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關於人與關係的討論,也很自然地從作品延伸到了作品之外的陳雪。有人問她如何理解愛,也有人問她是如何遇見伴侶早餐人的。陳雪說,年輕時即使身處戀愛關係,她仍不斷懷疑自己是否真的值得被愛,也總是反覆問自己:「這真的是愛嗎?」因此,她很難長久維持一段關係。她不斷經歷相遇與分離,甚至坦白,那時的自己會從親手破壞自己的幸福之中,獲得某種滿足。
그렇게 자오찬런과 이별을 했다가 6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북토크에 참석한 모든 독자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재회 당시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작가의 책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천쉐는 당시 자신을 ‘하나도 귀엽지 않은 수도승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자신을 자오찬런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었고, 그 모습을 보며 천쉐는 감동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她也談起與早餐人分手之後,相隔六年再次重逢的故事。這段往事讓現場所有讀者都豎起耳朵,專心聽了起來。
關於重逢時的身體狀況,陳雪也曾在自己的書中寫過。當時她正因自體免疫疾病度過一段艱難的日子,形容那時的自己像是「一個一點也不可愛的修行者」。然而,早餐人無微不至地照顧著她。看著對方如此照顧自己,陳雪不只深受感動,也終於第一次真正感受到:原來自己也是一個可以被愛的人。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천쉐 작가가 들려준 자오찬런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배워가는 것이라고 했다. 완벽하게 사랑하지 못해도 괜찮고,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며 관계를 이어 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其中最令我印象深刻的,是陳雪轉述早餐人對「愛」的理解。
人並不是從出生開始就自然懂得如何去愛,而是必須透過練習與學習,慢慢成為一個有能力去愛的人。即使沒辦法完美地愛一個人也沒有關係,重要的是兩個人願意在關係裡學習如何愛彼此,並且擁有讓這段關係繼續走下去的意志。
쓰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같음이 있다 書寫與愛,其實有相似之處
그 말을 듣고 나니, 자오찬런이 말한 사랑에 대한 태도는 천쉐 작가가 글쓰기를 대하며 지켜온 태도와 아주 닮아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쓰는 작가는 없다. 의지를 가지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고쳐 쓰는 시간을 거치며 자신을 지켜주는 작품들을 만들어왔을 것이다.
聽到這裡,我忽然覺得,早餐人所說的這種對待愛的態度,與陳雪多年來面對寫作的方式,其實非常相似。
沒有人從一開始就能寫出完美的句子。作家也是憑著意志,每天在固定的時間坐到書桌前,一次次書寫、不斷練習,再反覆修改。或許正是在這樣漫長的過程中,她才一點一點寫出了那些最終能夠反過來守護自己的作品。
그렇게 30년에 걸쳐 쌓여온 작품들을 한국 독자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만나고 있다. 천쉐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에 걸쳐 읽어온 대만 독자들과 달리, 한국 독자들은 서로 다른 시대에 쓰인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알아가는 중이다. 다채로운 모양과 색을 가진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는 덕분에, 천쉐 작가의 작품들을 퍼즐처럼 맞춰 보는 재미가 있다. 이 퍼즐이 완성해 낼 사랑과 관계의 풍경을 그리며, 앞으로 한국 독자들 앞에 놓일 다음 조각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如今,韓國讀者正在相對短暫的時間裡,陸續遇見陳雪三十年間累積下來的作品。韓國讀者和一路伴隨著陳雪的創作、經過漫長歲月閱讀至今的台灣讀者不同,我們還在透過陳雪不同時期的作品,一點一點認識陳雪的世界,也正因為能夠陸續遇見這些形狀與色彩各異的作品,閱讀陳雪就像是在拼一幅拼圖,一塊一塊地將她的創作世界拼湊起來。
想像著當這幅拼圖逐漸完整時,最終會呈現出怎樣一幅關於愛與關係的風景,我也帶著期待的心情,等待下一塊作品的拼圖,來到韓國讀者面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