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후기】언어를 넘어 책이 닿는 순간들, 대만 원서가 만난 독자들

질문:오진주 (에코아일랜즈 지기)
응답:수완, 루비 (타이완독립출판협회부스 지기)

  •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에 타이완 독립출판협회가 처음으로 초청받아 참가했습니다. 협회 부스는 에코아일랜즈가 5일 동안 운영하며 30여 종의 대만 도서를 선보였고, 그곳에서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만남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부스는 ‘독서약국’이라는 콘셉트와 ‘마음의 감기엔 책’이라는 슬로건을 담아 기획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어가 달라도 책은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까요?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대만 원서를 마주한 한국 독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을 읽고, 이해하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이제 부스지기들의 시선을 통해 대만 원서와 한국 독자들이 만난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 읽어 보세요.

  • Q1. 사실 저 역시 한국에서 대만 원서를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책을 판매할 예정인지 미리 공유하고, 세 사람이 함께 책을 살펴보기 위해 사전에 미팅도 진행했는데요. 책들을 직접 살펴본 뒤에도 도서전을 앞두고 걱정했던 점이 있었나요?

    • 수완: 대만 원서를 한국 독자들에게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걱정이 앞섰어요. 과연 번체자를 모르는 한국인들이 책을 구매할까, 아무리 글이 적은 책이라도 부담스럽게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루비: 저도 걱정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어요. 한국 독자분들이 ‘읽을 수 없는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무척 궁금하기도 했어요.

  • Q2. 그렇다면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한국 독자들은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대만 원서를 어떻게 즐기고 있었나요?

    • 수완: 실제로 현장에서 “읽을 수가 없다”거나 “번역본이 나오면 구매하고 싶다”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부스에서 직접 번역기를 사용해 가며 책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저희에게 책의 줄거리를 물어보신 후 기분 좋게 구매를 결정하시는 분들도 많았답니다.
    • 루비: 5일 동안 부스를 운영하면서 독자분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글자를 읽을 수 없더라도 책장을 넘겨보고 그림을 바라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해석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것도 하나의 멋진 독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Q3. 이번에 30종이 넘는 대만 도서를 선보였는데, 한국 독자들이 특히 주목했거나 책을 선택했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 수완: 글이 적거나 내용 이해에 문장력이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그래픽 노블, 만화, 아트북 등이 인기가 많았어요. 책의 디자인이나 색감, 그림체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소장용으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루비: 보통 독서라고 하면 글자를 읽는 행위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그림, 색감, 표지 디자인, 종이의 질감 등 독자가 책을 '읽는' 방식은 훨씬 더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독립출판이 가진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저희가 설명을 드리기도 전에 이미 자기만의 기준으로 책을 너무 잘 고르고 즐기시는 분들을 볼 때 왠지 모를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 Q4. 5일 동안 부스지기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수완: 특히 만화와 그래픽 노블에서 느껴지는 대만 특유의 분위기와 그림체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해 주신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또한 특정 작가님의 친구이거나 팬이라고 말씀하시며 멀리서 찾아와 책을 구매하신 분들도 계셨는데, 그 역시 무척 신기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 루비: 무엇보다 책을 통해 독자분들이 ‘대만’에 대한 어떤 추억이나 이미지, 감정을 떠올리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대만 사람인 저에게도 참 신기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어요. 책이라는 매개체가 국경을 넘어 서로의 기억을 연결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 Q5. 5일간의 서울국제도서전 우리 부스에 남긴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이었나요?

    • 수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열린 마음으로 해외 원서와 독립서적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걱정과 달리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 덕분에, 세상에는 독서를 사랑하고 책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루완: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 독자분들께 보다 다채로운 ‘대만스러움(대만의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작년에는 독자로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대만독립출판협회, 그리고 에코아일랜즈와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큰 영광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꿈만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만남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기여하고 싶습니다.